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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에게 눈가리개를 씌우는 이유

by 김수레 2023. 4. 6.
경주마에게 눈가리개를 씌우는 이유

 

경주마-눈가리개

 

나는 과거에 한국 마사회에서 반 년간 합숙 교육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말(horse)로 하는 스포츠 종목은 총 3가지로 구분이 되는데, 각각 경마 / 마장마술 / 장애물 비월 이렇게 세 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종목에 따라 사용되는 말의 품종도 모두 다르다. 대표적으로 핫블러드, 웜블러드 등.. 그리고 여기서 경주마로 쓰이는 종류는 주로 핫블러드 계열에 속한 '더러브렛(Thoroughbred)'이라는 품종이다.

 

그리고 경마에서는 더러브렛 품종의 눈에 눈가리개를 씌우고 앞만 보고 달리게 한다. 왜일까?

 

 

첫 번째,

말은 기본적으로 눈이 바깥쪽에 위치해 있다. 그 이유는 진화의 과정에서 천적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360도에 가까운 시야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는데, 그래서 말은 실제로 자신의 꼬리를 제외하고 350도 정도의 시야 범위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

말은 겁이 매우 많은 동물이다. 내가 마사회에서 말을 타고 야외 훈련을 받을 때 가끔씩 풀 숲에서 고양이들이 불쑥 튀어나오곤 했었는데, 말은 이럴 때마다 놀라 나자빠지곤 했다.

 

 

그래서 갑자기 방향을 급선회하는 바람에 말 위에서 떨어질 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조그만한 곤충이 튀어나와도 놀라서 도망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경마를 할 때 경주마의 눈에 눈가리개를 씌우는 것이다. 눈에 뵈는 것 없이 앞만 보고 달려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니깐.

 

또한 기승자가 빨리 달리라고 채찍으로 엉덩이를 내리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말 입장에서는 뒤에서 뭔가가 자신을 자꾸 공격하니까 더 빨리 도망치려 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눈가리개를 씌워서 정면만 보고 달리는 말들은 결국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경주마에게 눈가리개를 씌우는 이유

 

가끔씩 나는 사람에게도 눈가리개를 씌워야 할 때가 있다고 믿는다.(은유적인 표현) 그리고 그렇게 해야하는 시기는 바로 무언가를 빠르게 쟁취하거나, 목표한 것을 최단 시간 내에 이뤄내야 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그 목표한 무언가를 이루는 과정에서 불안감과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요즘 현대인들은 정보의 과부하로 인해 생각이 지나치게 많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낳게 되고, 결국 실행력을 잃게 만든다.

 

나는 종종 단기적인 목표를 빠르게 이루기 위해선 마치 경주마처럼 자기 스스로에게 눈가리개를 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뛰는 동안에는 당분간 경치 구경하는 것도 조금 참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한동안 그저 단기적 목표라는 결승점까지 앞만 보고 미친듯이 뛰는 것이다. 누군가 나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의욕을 잃을 필요도 없고, 누군가 나를 잠깐 추월했다고 조급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한 마리의 경주마가 되어 달리는 것이다.

 

경주마

 

요즘은 나에게 그런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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